시 공 후 기


[주택저널] 제천 국민주택 인터뷰-① 가성비 좋은 전원주택에 산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집①]

가성비 좋은 전원주택에 산다


경제성을 위해 불필요한 공사과정을 과감히 생략했다. 그럼에도 원하는 공간과 성능을 충실히 갖춘 집이 되었다.  

올해 6월 제천으로 귀촌한 김장재·김금순 부부의 집 이야기다. 부부가 선택한 가성비 높은 전원주택을 소개한다. 

취재 구선영 기자  |    사진 왕규태 기자  |   촬영협조 세라하우징 010-4874-4248 

 

남제천 IC를 빠져나와 국도를 따라 5분 남짓 달렸을까. 고즈넉한 산촌마을의 풍경이 아름다운 제천시 금성면 사곡리에 접어들었다.

올봄 집 짓고 귀촌한 김장재(60)·김금순(53) 부부의 집터는 사곡리 국사봉로 중턱에 자리한다.

멀리 단양까지 바라다 보이는 확 트인 전망이 일품인데다, 집터 뒤는 산자락에 감싸여 아늑한 기운이 감돈다. 김씨 집에서 3분을 달리면 청풍호에 가 닿고 10분이면 제천 시내로 들어서니, 대도시에 살던 부부가 은퇴기를 맞아 귀촌하기에 적당한 위치다.


남편 지난해 은퇴하고 귀촌하려고 1300평 임야를 샀어요. 뒤편은 계획관리지역이니 개발이 안 될 거고 집 앞 도로 건너편은 농림지역이라 냄새 풍기는 축사가 들어설 일 없으니, 딱 여기다 싶었죠. 220평만 대지로 전용해서 집짓고 나머지 땅은 우리 부부가 직접 가꿔 보려고요.

아내 땅 구하려고 문경, 풍산, 단양 등지를 다 돌아다녔는데, 예상보다 비쌌어요.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서 다 골라갔다고 그래요. 산 속에 들어앉은 나 홀로 논밭이 평당 10만원을 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터를 평당 10만원도 안 되는 값에 샀으니 운이 좋은 거죠.


남편 제천은 산 좋고 물 좋아 살기 좋은 명당지역이에요. 특히 우리 집은 땅 속이 화강암이죠. 덕분에 암반에서 나오는 청정수를 마시고 있네요.

 


■PLAN

위치 제천시 금석면 사곡리 475번지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660㎡
건물용도 단독주택
건축면적 124.9㎡
연면적 124.9㎡
건축규모 1층
최고높이 3,567m
구조 목구조
설계·시공 세라하우징
건축주 김장재·김금순


직영공사 여부와 견적서로 시공사 선택

귀촌을 결정하고 1년도 안되어 일사천리로 땅을 매입한 부부는 집짓기에도 속도를 냈다. 단독주택을 주로 짓는 건설사 10곳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보니, 어느 정도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우선은 직영공사를 하는 건설사여야 하고, 다음으로 상세한 견적서를 작성하는 건설사여야 한다는 원칙이 섰다. 한 가지 더, 가성비 좋은 주택을 지을 수 있어야 했다. 결국 이 3가지 요건에 딱 맞는 건설사를 찾았다.

 


 ▲집의 네 귀퉁이에 환풍구가 설치되어있다. 습도감지센터가 벽 속의 습도를 체크해 90% 이상 감지될 경우 환풍구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목구조주택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다. 또 물받이를 없애 시공비를 아꼈다.

 

남편 주택 잘 짓는다고 해서 찾아가 보면, 10곳 중 9곳이 하도급 공사를 하더군요. 우리가 선택한 곳만이 유일하게 직접 운영하는 공사팀이 있고, 설비와 전기공사만 하도급을 줘요. 아니나 다를까 작은 하자도 바로 보수해 주고요. 품질도 확실해서 분쟁이 없었어요.

또, 견적서도 다른 회사와 완전히 달랐어요. 건축 재료들의 개별 단가를 꼼꼼히 적은 견적서를 보니 믿음이 생기더군요. 정말 견적서대로 지었다니까요. 우리가 추가한 단열 공사비만 더 들었고요. 외단열만으로도 법적 기준을 넘기는 성능인데, 내단열도 해달라고 했어요. 먼저 살던 인천보다 제천의 한겨울 기온이 7도나 낮거든요. 내단열 공사비 300만원 더 쓰고 사는 내내 쾌적한 게 낫잖아요.

 


 ▲단순한 외관과 달리 개방감이 넘치는 반전 실내가 기다린다.

남편은 주택 가성비도 꼼꼼히 체크하고 비교했다. 시공사가 제안한 1억원대로 짓는 국민형 전원주택 모델은 투자 대비 성능이 좋은 집이었다. 3.3㎡ 기준 건축비가 400만원이 넘지 않게 하면서도 법적 단열 기준을 능가하는 단열시공을 하고, 열효율이 높은 창호 등을 사용해 집의 성능이 남부럽지 않은 전원주택 모델이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공사과정을 찾아 생략하고, 규격화된 자재를 사용하는 등 다채로운 노하우를 적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절감하되, 집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는 과감히 투자했다. 예를 들어, 부부의 집에는 통상 목조주택을 시공할 때 잘 설치하지 않는 환풍구를 마련했다. 주택에 장착한 습도센서에서 지붕과 벽을 통과하는 공기의 습도가 90% 이상 감지되면 환풍기가 작동되어 강제로 습기를 배출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부부의 집은 3.3㎡당 397만원의 건축비가 소요됐다. 

부부는 올해 4월5일 첫 삽을 뜬 이후 82일 만인 6월25일에 입주했다. 석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공에는 딱 2달이 소요됐다.


 ▲중정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동선이 연결되는 구조다.

 

중정과 포치를 지닌 ㅁ자 집

부부의 집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ㅁ자 평면이다. 실평수는 124.9㎡. 실제 체감면적은 이보다 크다. ㅁ자 평면의 한가운데 유리로 감싼 중정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노각나무 한그루 만이 자리한 텅 비어둔 중정으로 인해 실내공간이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실내는 중정을 따라 네모난 띠처럼 연결되는 동선을 보인다. 다만, 한쪽 모서리에 지붕이 있는 포치를 두어 실내 면적을 살짝 덜어냈다.

 

 ▲중정을 중심으로 주방과 거실이 마주보고 있다. 주방에서 집안이 속속들이 보인다.

 


 

 


중정과 포치는 전원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양념 같은 공간이 되고 있다. 중정은 문을 닫아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고, 포치는 봄과 여름, 가을 나절 햇살을 피하고 뒷산의 기운을 흠뻑 느끼며 유유자적할 수 있는 쉼터역할을 맡는다.

 

 

 

 

▲ 사계절 집의 허파 구실을 하는 중정. 노각나무에 하얀 꽃이 열린다.


남편 중정이 참 요물이에요. 건폐율에는 안 들어가고 건물은 커보이게 하니까. 시골에 살수록 이런 공간이 필요해요. 문 열어 놓지 않아도 개방감이 느껴지니까요. 밤하늘도 보고요.

아내 나는 주방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전망을 아주 좋아해요. 설거지하면서 노래를 다 흥얼거린다니까요. 비오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운치가 있고요.

남편 내 입장에서는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어 있는 게 꽤 좋더라고요. 음식냄새가 거실로 안 들어오니까. 또, 중정을 열면 환기가 바로바로 되니까. 

아내 사람들이 네모 박스처럼 단순해 보이는 우리 집을 보고 내부는 어떨까 궁금해 해요. 막상 들어오면 확 트인데다, 밝은 기운이 있어 엄청 놀라죠. 형태는 심플하면서 머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집이에요.

 


 ▲남편이 직접 식재한 잔디. 내년 봄에는 과실수를 심을 계획이다.

 

 노후의 일터로 선택한 산촌마을

집의 겉모습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흔적이 여력하다. 한 가지 색의 드라이비트로 벽면 전체를 마감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목재나 석재 같은 자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저렴하면서도 외단열 시공을 하기에 좋은 드라이비트를 선택한 부부의 취향처럼, 마당도 철저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계획하고 있다.

 널찍하고 판판한 돌을 가져다 놓은 주변에 듬성듬성 심어 놓은 잔디가 보인다. 잔디는 필요한 장소에만 부부가 직접 식재했다. 자동차 출입로와 집 둘레에는 관리가 편한 자갈을 깔았다.

남편 이제 마당이 우리의 일터고 놀이터죠. 집 작게 짓고 마당 넓게 쓰려고 일부러 큰 땅을 샀어요. 집 오른편 넓은 구릉지에는 메밀을 심을 거예요. 가을에 메밀꽃이 피면 제법 장관이 되겠죠. 내년 봄이 오면 뽕나무, 매실나무도 심을 거고요.

아내 노후의 삶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서울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적당히 일도 하면서 자연이 주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어요. 집 주변으로 손댈 수 있는 땅이 1000여 평에 가까운데, 이 땅을 힘 있을 때 마음껏 가꿔 보려고요. 모르는 거 투성이지만, 이웃들에게 배워가면서 할 작정이에요. 그리고 여기 오기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어요. 아직 일 할 수 있는 나이니까 필요하면 언제라도 일터로 나갈 수 있게 대비해서 온 거죠.

 

▲경관 좋고 시원한 포치. 부부는 이곳에서 더위를 피해 식사를 한다. 시골집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부부가 이삿짐을 풀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마을주민 40명을 불러 모아 삼계탕을 대접한 것이었다. 모두 부부 보다 나이가 훌쩍 많은 어르신들이다. 그들은 사곡리에 이사 온 사람들 중에 미리 와서 인사한 사람은 부부가 처음이라며 대견해 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땅 사고, 집 짓고, 마을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던 부부는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시골마을에 살면서 유난스럽게 집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 보다는 오래오래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모양과 성능,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이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자신을 낮추고 이웃에게 먼저 다가서며 낯선 산촌마을에 빠르게 정착해 가는 부부의 행보도 지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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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택저널> 2016년 9월호: 살고싶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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